빛이 다시 내리는 시간
저녁쯤에 거기 황토집으로 갔다
오래된 나무 틈 새로 저녁이 내리는 시간
산골짜기며 도회의 지붕들을 지나
한껏 깊어진 햇살은
이 낡은 황토벽 집까지 내려온다
고층 건물을 지나오면서
날카로워진 갈기며 손등이
초가집 썩은 이엉을 지나면서
각진 자리가 상당히 부드러워진다
모서리를 자르고 원형으로 깁은 자리
그런 햇살이 삐죽해진 황토벽으로 스며와
마를대로 말라 가벼워진
박통 위로 내린다
두드리지 않아도 박은 소리를 낸다
작은 신음소리처럼 들리는
깊어진 박통의 연주
햇살이 박을 부드럽게 다룬다
이맘때 여름의 빛
눈 찌푸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서로 바라볼 수 있는 때
사랑이란 이름으로 표고해둔지 오래된
빛살은 지금 우리쪽으로 기운다
해질녘 황토집으로 가서
비틀어진 나무 사이에서 보내는
우주의 모르스 부호
한 줄기를 해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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