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눈속의 마른 연꽃 대궁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6. 20. 15:07

 

 

 

 

 

 

눈 속의 마른 연꽃 대궁

 

 

 

마른 연 씨앗 찾으러

얼음 언 겨울 연못에 갔더니

눈속에 꾸욱 꾹 

연밥은 겨울 도장을 찍고 있다

꽃 진 자리 남은 대궁으로

한 때는 꽃이었음을 

목을 꺽으면서 외치는 마른 대궁들

연 잎으로 찍은 도장 자리마다

허리 부러져 말라 비틀려

우우 우우우 우우우우

연못은 온통 마른 대궁들의 절규

물 속 구름에 걸어놓은 뿌리까지 얼어

빈 가슴으로 말라 얼어가는  꽃 대궁 천지 

더듬어 상처를 찾아 도장을 누른다

 

성한 게 하나 없는 전장에서

핏빛 덮은 흰 눈 가운데서

 병장기를 추스린 장수 하나

메아리만 가득한 골골을 다니면서

차곡하게 비수를 쓸어 모은다

 얼음이 우수수 무너지는 소리

 바람이 마른 연 대궁 사이로 지나면서

별빛같은 번뜩임을 대궁 사이로 할퀴고 간다

 

 

 

목이 꺽인 연 대궁만 가득한 어느 시골 연못에는

참으로 쓸쓸한 늦 겨울이 깊어져 있었습니다.

이 더운 날씨에 시원한 겨울 사진 한 장 보시면서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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