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의 마른 연꽃 대궁
마른 연 씨앗 찾으러
얼음 언 겨울 연못에 갔더니
눈속에 꾸욱 꾹
연밥은 겨울 도장을 찍고 있다
꽃 진 자리 남은 대궁으로
한 때는 꽃이었음을
목을 꺽으면서 외치는 마른 대궁들
연 잎으로 찍은 도장 자리마다
허리 부러져 말라 비틀려
우우 우우우 우우우우
연못은 온통 마른 대궁들의 절규
물 속 구름에 걸어놓은 뿌리까지 얼어
빈 가슴으로 말라 얼어가는 꽃 대궁 천지
더듬어 상처를 찾아 도장을 누른다
성한 게 하나 없는 전장에서
핏빛 덮은 흰 눈 가운데서
병장기를 추스린 장수 하나
메아리만 가득한 골골을 다니면서
차곡하게 비수를 쓸어 모은다
얼음이 우수수 무너지는 소리
바람이 마른 연 대궁 사이로 지나면서
별빛같은 번뜩임을 대궁 사이로 할퀴고 간다
목이 꺽인 연 대궁만 가득한 어느 시골 연못에는
참으로 쓸쓸한 늦 겨울이 깊어져 있었습니다.
이 더운 날씨에 시원한 겨울 사진 한 장 보시면서 읽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