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8352

제주헤럴드-풀을 베다

詩의 뒤란, 창 너머로 보는 시심서정문/풀을 베다입력 2026.08.19 10:01제주헤럴드(Jeju Herald)다른기사 보기바로가기다른 공유 찾기기사스크랩하기본문글씨 키우기본문글씨 줄이기풀을 베다서정문/수필가새벽에 잠이 깨니 밖은 아직 어둡다풀을 베어야겠다고 세 번 중얼거리고 잤는데알람 없이도 일찍 눈이 떠졌다4시 48분어둠은 아직 창밖을 서성인다천천히 차를 몰아 원림으로 간다한 달쯤 전에 베었는데벌써 망촛대 흰 꽃이 온 밭을 덮고 있다예초기 날이 어둠을 밀어내고흰 꽃들을 차례로 쓰러뜨린다연한 대궁은 닿기만 해도픽, 픽 소리를 내며 맥없이 꺾인다풀꽃들이 우수수 떨어진다허리 아래가 잘려나간 풀들이한꺼번에 땅으로 몸을 눕힌다간혹 억센 줄기를 벨 때면손잡이를 쥔 손이 덜컥거린다너무 많은 살생을 한 탓인지잘..

제주헤럴드-품앗이

서정문/품앗이입력 2026.07.22 09:20제주헤럴드(Jeju Herald)다른기사 보기바로가기다른 공유 찾기기사스크랩하기본문글씨 키우기본문글씨 줄이기서정문/품앗이서정문/수필가동네 친구네 감자밭에 간다이른 새벽날은 아직 채 밝지도 않았는데친구네 감자밭으로 간다.지난번 집 수리할 때 거들었으니오늘은 그 집 감자 캐는 일을 돕는다.호미를 들고 흙을 헤치면씨알 굵은 감자가툭툭 얼굴을 내민다.칠월 햇살은 너무 가깝고 매워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도절반도 캐지 못한 고랑에서호미질은 쉬지 않는다.돌아오는 손에 들린 감자 한 상자.품삯이라 하기엔너무 묵직한 흰 알들.동글동글한 감자들은친구의 하얀 웃음을 닮아내 마음까지 환하게 따라 웃는다.“씨알 굵은 감자를 후루룩 후루룩 캔다”그 감자를 친구 혼자 캤다면 아마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