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을 불러본다
- 현충일을 맞아 일찍 떠난 친우를 생각하며
그대의 마지막을 모른다
그때 만나고 한번도 볼 수 없었으니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무슨 이유로 그리 성급하게 떠나야 했는지
차분한 모습만 기억한다
조근조근 말을 건네면서
부하들에게 야단 한번 제대로 못칠 것 같은
잔잔한 음성만 생각이 난다
어찌하다가 그렇게 일찍 떠날 수 밖에 없었는가
생도생활동안 한 이년
앞 뒤 책상에서 정도 깊었는데
중위 진급 며칠 앞 둔 날
일 년도 채 근무하지 못하고
그렇게 훌쩍 떠나야 했는가
오래지 않아 모두 군을 떠나겠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먼 길을 떠나
그대는 영원한 중위구나
그대 이름을 불러본다
해마다 그 이름을 부른다
그대는 대답이 없고
흔적처럼 꽃잎만 바람에 흔들린다
다시 유월이 오고
청보리 알 배기는 그 참호 근방
너른 들판에 빛이 깊어지는 날
그런 날이 다시 오면
쌉싸름한 아픔으로
앞서가는 유월
그 가슴 저민 슬픔
그대 젊은 이름을 되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