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2011 현충일에 쓰는 글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6. 5. 08:25

 

 

 

 

 

 

 

그 이름을 불러본다


 

 - 현충일을 맞아 일찍 떠난 친우를 생각하며


 

 


 

그대의 마지막을 모른다


 

그때 만나고 한번도 볼 수 없었으니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무슨 이유로 그리 성급하게 떠나야 했는지


 

차분한 모습만 기억한다


 

조근조근 말을 건네면서


 

부하들에게 야단 한번 제대로 못칠 것 같은


 

잔잔한 음성만 생각이 난다


 

어찌하다가 그렇게 일찍 떠날 수 밖에 없었는가


 

생도생활동안 한 이년


 

앞 뒤 책상에서 정도 깊었는데


 

중위 진급 며칠 앞 둔 날


 

일 년도 채 근무하지 못하고


 

그렇게 훌쩍 떠나야 했는가


 

오래지 않아 모두 군을 떠나겠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먼 길을 떠나


 

그대는 영원한 중위구나


 

그대 이름을 불러본다


 

해마다 그 이름을 부른다 


 

그대는 대답이 없고


 

흔적처럼 꽃잎만 바람에 흔들린다


 

다시 유월이 오고


 

청보리 알 배기는 그 참호 근방


 

너른 들판에 빛이 깊어지는 날


 

그런 날이 다시 오면


 

쌉싸름한 아픔으로


 

앞서가는 유월


 

그 가슴 저민 슬픔


 

그대 젊은 이름을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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