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서
해지는 서해바다 갯벌
그 언저리에 오래 기다리고 서면
어두운 바다의 가슴에서
길 하나가 드러난다
보여줄 수 없는 바다의 시작
보여줄 수 있는 바다의 끝 자락
바다는 이 맘때 쯤에야 보여준다
무수한 물 그림자들이
진흙 더미 사이로 흘러
다시 바다의 강을 만들어가는 갯벌
할 일이 아직 남은
오래 산 사람들의 이마같다
주름진 사이 갯벌은
잔 고랑을 무수히 거느리고
강의 길 하나를 낸다
가야할 길을 따라
어둠도 삼키고
붉으디 붉은 손으로
갯벌을 움켜쥔다
바다가 몸을 뒤채어
그 강의 길을 조금 더 깊게 하는 사이
갯벌은 진득하게 상처를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