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그림자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6. 11. 07:36

 

 

 

늦은 오후

 

잘 닦여진 길을 건너

돌아갈 길로 들어선다

하루의 무게는 저 다리를 건너면서

조금 가벼워 지리라

집 가까운 골목 쯤에서는

더 많은 것을 풀어 놓고 갈 수 있겠지

하오의 그림자가 깊다

키보다 몇 배 길어진 그림자

돌아갈 채비를 해야할 시간

그림자는 길어지다가

어느 순간 어둠과함께

강으로 산으로 사라질 것이다

아니 강의 빛과 산의 빛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본래 저 그림자는 산이었고

강의 물줄기 였고

살아 움직이는 바람이었고

침묵이었지

 

더디 가던 시간이 자꾸 빨라진다

잰 걸음으로 다리를 지나는 사람

쳐진 어깨의 무게를

튼튼하게 받치는

늦은 하오의 다리를 지나는

그림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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