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잘 닦여진 길을 건너
돌아갈 길로 들어선다
하루의 무게는 저 다리를 건너면서
조금 가벼워 지리라
집 가까운 골목 쯤에서는
더 많은 것을 풀어 놓고 갈 수 있겠지
하오의 그림자가 깊다
키보다 몇 배 길어진 그림자
돌아갈 채비를 해야할 시간
그림자는 길어지다가
어느 순간 어둠과함께
강으로 산으로 사라질 것이다
아니 강의 빛과 산의 빛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본래 저 그림자는 산이었고
강의 물줄기 였고
살아 움직이는 바람이었고
침묵이었지
더디 가던 시간이 자꾸 빨라진다
잰 걸음으로 다리를 지나는 사람
쳐진 어깨의 무게를
튼튼하게 받치는
늦은 하오의 다리를 지나는
그림자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