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가재미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6. 12. 20:13

 

 

 

가재미

 

햇살을 통해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어

빗살문 지느러미를 줄에 매달았습니다

햇살 방향으로 돌아누워야

깊어진 상처를 볼 수 있다 합니다

청진기를 대는 순간

하얗게 드러나는 핏줄

토막난 뱃살 부근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매달려 기다리면서

오래 햇살을 쪼여야 한답니다

방사능 검사를 진행하는 동안

의사의 갈겨 쓴 처방에는

날마다 햇살에 몸을 비추고

녹녹하게 자란 응어리를 걸러 내야 한답니다

여름동안 깊어진 그림자들이

옹송그린 모습으로 지나가는 길에서

먼저 덧 자란 수염을 잘라 냅니다

 

양양 어느 길목에서 만난

그 사람의 드러난 갈비토막으로

한 끼 점심 반찬을 준비하는 동안

오래 묵은 상처를 덧칠하고 있었습니다

칼 놀림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그 나이든 조리사에게 몸을 내어주고

빈 골목을 돌아 둑길로 나섰습니다

비린 남대천 개울물이

쏴아하게 가슴으로 밀려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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