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미
햇살을 통해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어
빗살문 지느러미를 줄에 매달았습니다
햇살 방향으로 돌아누워야
깊어진 상처를 볼 수 있다 합니다
청진기를 대는 순간
하얗게 드러나는 핏줄
토막난 뱃살 부근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매달려 기다리면서
오래 햇살을 쪼여야 한답니다
방사능 검사를 진행하는 동안
의사의 갈겨 쓴 처방에는
날마다 햇살에 몸을 비추고
녹녹하게 자란 응어리를 걸러 내야 한답니다
여름동안 깊어진 그림자들이
옹송그린 모습으로 지나가는 길에서
먼저 덧 자란 수염을 잘라 냅니다
양양 어느 길목에서 만난
그 사람의 드러난 갈비토막으로
한 끼 점심 반찬을 준비하는 동안
오래 묵은 상처를 덧칠하고 있었습니다
칼 놀림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그 나이든 조리사에게 몸을 내어주고
빈 골목을 돌아 둑길로 나섰습니다
비린 남대천 개울물이
쏴아하게 가슴으로 밀려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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