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마른 연잎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4. 19. 21:50

 

 

마른 연잎

말라서

더 말라서 가벼운
날아갈 수 없는 미련

발목에 잡고

비틀어진 대궁
쭈그러진 두툼했던 잎
눈이 내리면

가슴으로 묻은
잊혀져가는 이야기를 갈무리한다

 

 

저문 팔각정 너머

붉디붉은 해가 떨어지면
마른 자리 눈을 녹이며
너를 보듬어 밤을 세운다
가야할 길과
지나온 길의 중간

뿌리 내린 발밑은

늘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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