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저 병안 가득 향기로운 술이 담겨 있었네
마지막 한 모금
달콤한 술의 바닥
향기로운 한 줄기 연기로
마지막 방울이 날아가기까지
오래 즐거웠을 그대의 혀
감미로움이 전신으로 펴져갈 때
병은 자꾸 허전해져 갔네
먼저 떠난 빈 병의 어깨를 끌어 안았네
서로 부딪히면서 잠시 서로의 존재를 기억했었네
비어 있는 공간의 가벼움을 덜어줄 수 있는 건
처음 던져진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었네
아침마다 햇살을 바라보는 것이었네
다시는 그런 향기로움의 시간은 없겠지만
한동안 그대가 해야할 일을 끝내고
되돌아온 그 자리
거기 그대가 남아
먼지 쌓여
천천히 조금씩
잊혀져가는 시간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