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설경 2 진달래 대피소의 바깥 모습. 많은 사람들이 서서 먹거나 마신다. 대피소를 막 들어오는 사람들, 멀리 서귀포 방향으로 구름이 멋있게 떠 있다. 저 구름도 얼른 사진을 찍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금방 바람에 날려 떠나버린다. 어떤 사람들은 진달래대피소까지만 오고 다시 내려간다. 산악회.. 제주여행 2017.02.13
느티나무와 저수지 혼자 오래 있다보면 나무가 된다 가슴을 바람에 내어주고 바람이 지나갈 길을 열어둔다 시간이 지나감을 깨닫는 것도 함께할 친구가 그리운 때문이다 오래 혼자 기다리다보면 절로 나무가 된다 가슴으로 휑하게 올 바람이 오는 소리를 기다리게 된다 바람에 묻어오는 그리운 소식 한 장 .. 시 방 2016.05.16
그리운 유배지--무게 그리운 유배지 -무게 시간이 가서 쌓이는 것은 오래 묵으면 흘러내린다 무게가 무게를 이기지 못해 틈새로 아래로 내려 앉는다 작은 것들은 오래쌓일수록 벗겨내기가 힘이든다 섬같은 지도는 영 지워지지 않는다 굴곡이 심한 모퉁이를 돌때마다 바람이 일어나고 저문날 내린 어둠 몇 점 끝내 앙금처.. 시 방 2011.09.10
나무를 자르지 않고도 나이테를 헬 수 있을까 나무를 자르지 않고도 나이테를 헬 수 있을까 허리를 자르지 않고서는 나무의 정확한 나이테를 헤아릴 수 없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허리를 잘라 보아야만 살아온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사람도 그저 보아서 나이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겠는가 나이테를 헤아리는 건 나무의 무성한 잎 튼튼.. 시 방 2011.07.06
빛이 내리다 빛이 다시 내리는 시간 저녁쯤에 거기 황토집으로 갔다 오래된 나무 틈 새로 저녁이 내리는 시간 산골짜기며 도회의 지붕들을 지나 한껏 깊어진 햇살은 이 낡은 황토벽 집까지 내려온다 고층 건물을 지나오면서 날카로워진 갈기며 손등이 초가집 썩은 이엉을 지나면서 각진 자리가 상당히 부드러워진.. 시 방 2011.06.19
붉은 단풍나무 숲에 들다 붉은 단풍나무 숲에 들다 단풍나무는 봄부터 붉은 잎으로 숲을 채웁니다 만 산이 붉은 가을보다 모두 푸른 여름 숲에 들어 붉은 잎으로 희망을 일러 줍니다 여름에 붉은 저 나무 잎이야말로 모두 우산을 쓸때 홀로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시간의 철학자가 됩니다 븕은 단풍나무도 푸른 잎새 나무들도 .. 꽃/오래된 나무 2011.06.16
빈병 오래전에 저 병안 가득 향기로운 술이 담겨 있었네 마지막 한 모금 달콤한 술의 바닥 향기로운 한 줄기 연기로 마지막 방울이 날아가기까지 오래 즐거웠을 그대의 혀 감미로움이 전신으로 펴져갈 때 병은 자꾸 허전해져 갔네 먼저 떠난 빈 병의 어깨를 끌어 안았네 서로 부딪히면서 잠시 서로의 존재.. 시 방 2011.03.22
사랑을 자물통으로 채우다 1 사랑의 열쇠는 어디로 갔나요 사랑을 자물통으로 채우고 열쇠를 멀리 던집니다 다시는 그 자물통을 열지 못하도록 사랑의 열쇠는 가슴에만 남아 있습니다 변하지 말라고 튼튼한 자물통으로 채웠겠지요 남산에 올라 사랑을 약속하면서 걸어둔 사랑의 징표 그 든든한 가슴으로 사랑의 표식을 해둡니다.. 사진방 2011.03.21
호랑나비의 꿈 새해의 꿈 새해의 꿈은 지난 여름에 꾸었습니다 어느 책 갈피에 간직했다가 이 겨울에 가만히 꺼내봅니다 풍성한 꽃술과 호랑나비의 우아한 나래짓 꿈은 그렇게 가슴에 깊이 있었습니다 새해가 오는 건 꿈을 이루는 것입니다 시간이 가는 것은 꿈을 찾아 나선 길이 길어진 탓입니다 그러나 꿈은 쉬이 .. 사진방 2011.01.09
새해를 맞으며 새해를 맞으며 가는 해를 붙잡지 않는다 누구는 머리를 다듬고 누구는 해를 보러 바다로 간다 산에서도 해는 뜨고 서울의 다리 너머로도 해는 떠오른다 누가 먼저 새 해를 만나는 것보다 얼마나 뜨거이 새 해를 안는다는 것 스스로를 소중히 여길 줄 안다는 것 살아온 시간이 깊었다는 것 알고 있음보.. 시 방 2010.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