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제주 서귀포이야기

낚시꾼

지도에도 없는 길 2020. 10. 1. 17:59

저리 오래 혼자 앉아 고기를 낚기는 하는걸까. 해는 점점 저물어가는데. 배들도 항구로 들어가는데. 언제부터 저 자리에서 저렇게 낚시를 드리우고 앉아 있는지. 추석이 가까워지니 큼직한 돔이라도 한마리 낚아 추석 아침상에 내고 싶은 걸까. 바다에 드린 낚시에 어떤 작은 반응이라도 있는가. 왜 저리 오래 저렇게 앉아만 있는가. 아무 미동도 없이. 바람이 오는데도 그대로. 기다리는 사람이 없진 않을텐데. 누구는 추석을 위해 저 바다에 앉았다가 파도에 밀려 먼 바닷속으로 사라지기도 했다는데. 저 사람에겐 그것보다 더 절박한 무엇이 있는가. 아무도 그 사람에게 묻지 않았고, 아무도 그것을 물어보려 하지 않고. 추석 전 날, 하염없이 앉은 그 사람의 어깨에 어둠이 천천히 내리고 있네. 배는 다 돌아가는데 저 사람은 아직 돌아갈 채비를 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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