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뒤에 다시 오름. 그 사이에 사람들이 먹을 것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을 남겼다. 오름은 그렇다. 봉우리가 있지만, 그 사이 사이엔 사람들을 위한 공터를 만들어 주었다. 사람들은 그 사이에 여러가지 먹을 것을 심어 살아왔다. 오름 위에서 보면 사방이 잘 보인다. 저기 다랑쉬오름도 그렇다. 4.3때 많은 사람들이 저 봉우리로 피신을 했다. 주변에서 그래도 가장 높은 곳이어서 그랬을까. 아마도 당시 산에 나무도 그리 많지 않았을텐데. 피할 곳도 그리 많지 않았을텐데. 산에 오른 사람들은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을까. 생각이, 이념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세월은 흘러가고 구름처럼 지나간다. 이제 그 오름은 그날의 기억을 자꾸 잊으려 한다. 괜히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고, 풀을 키우고 바람을 불러온다. 바다를 바라보며 이따금 눈시울을 적시기도 하리라. 이 가을에 다랑쉬오름에도 억새가 만발하리라. 손에 베이도록 아린 잎들이 바람에 서걱대면서 무슨 말을 중얼거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