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옆 당근 밭에 김 매는 아낙네여
다들 일하고 있는데 자네는 핸드폰만 보고 있는가. 서울에서 급한 전화라도 왔는가. 이번 추석에는 내려오지 말라는 어미의 말에 아들이 꼭 내려가려 했는데....하며 말을 잇지 못해서 섭섭했는가. 당근은 자꾸 여물어가면서 알이 박히는데, 이번 추석엔 더 쓸쓸해지겠는가. 멀리 있는 아들 생각하면서 추석날 저녁엔 하늘에 뜬 달이라도 보시게나. 저 돌담 너머 당근들. 더 실하게 뿌리가 향긋해지면 서울 간 아들도 다시 올 수 있겠지. 추석은 다가오는데, 올 추석은 조금은 우울하더라도 참아보게나. 곧 좋아지지 않겠나. 소소한 일상이 그리운 오늘이지만, 우리에게 그런 날이 아주 멀지는 않을테니. 자 잠시만 더 쉬고 다시 호미를 잡게나. 저 연하디 연한 녹색의 여린 당근. 더 잘 자라게 열심히 검질이나 매어 보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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