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방/짧은 생각들

기와-다시 천년을 기다리며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12. 1. 09:14

 

 

 

 

 

기와 - 다시 천년을 기다리며

 

 

기와는 하나씩 묶여 있으면 그저 기와일 따름이다

서로가 서로의 손을 맞잡고

누군가의 지붕이 되어야 비로소

기와가 가지는 의미를 살릴 수 있다

한 장의 기와는 그래서 오래 기다린다

서로 등을 맞대고 있다가

마주 손 잡을 시간을 기다린다

틈새를 허락하지 않고

서로 손을 잡고 서로 팔짱을 굳게 꼈을때

비로소 기와가 된다

 

기와는 지붕이 되어야 비로소

한 방향이 된다

하늘을 향해 가슴을 내밀고

간혹 햇살의 온기를 안으로 전해주며

바람의 싸늘한 한기를 막아준다

비가 오고 눈이 와도

튼튼한 지붕이 된다

 

한 장의 기와는 그래서 오래 기다린다

조바심 내지 않고 오래 그 자리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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