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 - 다시 천년을 기다리며
기와는 하나씩 묶여 있으면 그저 기와일 따름이다
서로가 서로의 손을 맞잡고
누군가의 지붕이 되어야 비로소
기와가 가지는 의미를 살릴 수 있다
한 장의 기와는 그래서 오래 기다린다
서로 등을 맞대고 있다가
마주 손 잡을 시간을 기다린다
틈새를 허락하지 않고
서로 손을 잡고 서로 팔짱을 굳게 꼈을때
비로소 기와가 된다
기와는 지붕이 되어야 비로소
한 방향이 된다
하늘을 향해 가슴을 내밀고
간혹 햇살의 온기를 안으로 전해주며
바람의 싸늘한 한기를 막아준다
비가 오고 눈이 와도
튼튼한 지붕이 된다
한 장의 기와는 그래서 오래 기다린다
조바심 내지 않고 오래 그 자리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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