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에 바람이 불면
여강에 검을 말갈기 풀어놓고
굽이 황토빛 등허리를 틀면
서리서리 감긴 강물
바위벽에 부딪히며 돌아 나간다
여강은 흐르면서 시간을 이어가지만
바람은 겹겹이 쌓여 세월을 앞세우고 간다
극락보전 앞 다층석탑
촛불 하나 켜 모아진 기원
이루고 싶은 바램은 차곡하게 층이 되고
탑이 된다
평생을 빌어 못이룬 것
사리로 남겨 탑속의 탑을 세우면
아득한 강물 소리
뱃사공은 전탑 그림자를 비껴 노를 젖는다
풍경소리에 잠이 깨고
소용돌이 바위벽으로 나옹대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신륵사 향나무 휘틀어진 몸통
뭉쳐져 소복하게 쌓인 아픔
저리 휘휘 강물로 휘저으면
여강은 갈기를 세워 도도해진다
저문 강변 무너진 바위
기와불사 한 장 염원으로 남기고
다시 천년을 그 자리에 남아
바람에 숫 은행 꽃술 떠나가는 걸
먼 그리움으로 바라보겠네
올올이 깊어진 물줄기
여강에 배를 띄워 떠나가는 뱃전
푸른 이끼 부도 지붕
빗물에 마른 가슴이 젖어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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