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오지마 제발 오지마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7. 6. 08:57

 

 

 

 

 

 

 

 

오지마 제발 오지마

 

 

 

산자락 가까운 작은 텃밭

할머니의 웃도리 하나

통닭 집 빛나는 풍선 둘

줄에서 대롱 거립니다

어제도 멧돼지 일가가 몰려와

여린 고구마 순을 파헤치고 갔습니다

오지마 오지마

겨울 양식은 그렇게  줄어 갔습니다

멧돼지 식구는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발자국이 가득한 고랑으로

깊은 정복자의 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땅을 파헤치는 주둥이며 발톱

날카로운 송곳니의 서슬퍼런 

무뎌지지 않는 기세

나무 숲도 숨을 죽입니다

 

간밤에도 저 낮은 허공의 장벽은

구멍 숭숭 뚫린채

무너진 울타리 사이 

어지러운 발자국

마르지 않는 자리위로 덧 찍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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