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강 바닥에 남기고
꿈을 깊게 꾸는 날 아침은
선명한 기억에 잠겨 듭니다
비가 내리는지
우산을 든 사람들이 강 주변에 섰다가
강으로 들어갑니다
강은 흐르면서 사람들의 잠방이를 걷어부치고
강과 사람들의 간격을 없애 줍니다
배를 강바닥에서 건져 내기 위해
사람들이 배를 밀고 당기며
강의 한 켠을 점령합니다
배가 흔들리면서 이리저리 요동 칩니다
일어나라
배는 바닥을 허옇게 드러내며
바닥에 다시 엎드립니다
강바닥에 배를 깐 배는
움직이지 않는 채 다시 강속으로 잠깁니다
가야할 길은 멀지만
쉬고 싶다는 배의 전갈이
물의 파장을 통해 전해옵니다
비가 이렇게 오는 날 강은 흔들립니다
뱃전에 빗물이 들이차고
배는 이윽고 가라앉습니다
비가 너무 와서
배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합니다
강의 불어나고
강의 경계를 넘어서고
배는 그 경계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가라 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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