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배를 강 바닥에 남기고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7. 3. 14:58

 

 

 

 

 

 

배를 강 바닥에 남기고

 

 

꿈을 깊게 꾸는 날 아침은

선명한 기억에 잠겨 듭니다

비가 내리는지

우산을 든 사람들이 강 주변에 섰다가

강으로 들어갑니다

강은 흐르면서 사람들의 잠방이를 걷어부치고

강과 사람들의 간격을 없애 줍니다

배를 강바닥에서 건져 내기 위해

사람들이 배를 밀고 당기며

강의 한 켠을 점령합니다

배가 흔들리면서 이리저리 요동 칩니다

일어나라

배는 바닥을 허옇게 드러내며

바닥에 다시 엎드립니다

강바닥에 배를 깐 배는

움직이지 않는 채 다시 강속으로 잠깁니다

가야할 길은 멀지만

쉬고 싶다는 배의 전갈이

물의 파장을 통해 전해옵니다

 

 

비가 이렇게 오는 날 강은 흔들립니다

뱃전에 빗물이 들이차고

배는 이윽고 가라앉습니다

비가 너무 와서

배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합니다

강의 불어나고

강의 경계를 넘어서고

배는 그 경계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가라 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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