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이 슨 탈곡기 페달을 밟다
녹이 슬어 삭아가는 철사 톱니
비잉 돌려가면서 시간을 회전해 보면
여름날 보릿단
까칠한 보리 이삭이 송두리채 날아간다
목이 달아나 곤두박칠치는 이삭들
누른 촘촘함으로 자리를 잡은
허기 진 보릿고개 자지러지는 소리
윙윙 거리며 탈곡기가 돌아간다
녹이 슬어도 잘 돌아가는 원형의 굴레
그 아린 기억도 녹슬어가고
어느 마당 축축한 황토 모퉁이
마지막 할 일을 추스린다
저문 날 필요한 양식을 위해
삭아가는 팔을 걷어부친 낡은 탈곡기
가난했던 시간의 녹을 묵묵히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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