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녹이 슨 탈곡기 페달을 밟다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6. 25. 08:21

 

 

 

 

 

 

 

 

 

 

 

 

녹이 슨 탈곡기 페달을 밟다

 

 

녹이 슬어 삭아가는 철사 톱니

비잉 돌려가면서 시간을 회전해 보면

여름날 보릿단

까칠한 보리 이삭이 송두리채 날아간다

목이 달아나 곤두박칠치는 이삭들

누른 촘촘함으로 자리를 잡은

허기 진 보릿고개 자지러지는 소리

윙윙 거리며 탈곡기가 돌아간다

녹이 슬어도 잘 돌아가는 원형의 굴레

그 아린 기억도 녹슬어가고

어느 마당 축축한 황토 모퉁이

마지막 할 일을 추스린다

저문 날 필요한 양식을 위해

삭아가는 팔을 걷어부친 낡은 탈곡기

가난했던 시간의 녹을 묵묵히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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