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흰꽃---눅눅해진 기별이 하루 늦게 오다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6. 24. 08:55

 

 

 

 

 

눅눅해진 기별이 하루 늦게 오다

 

 

 

오기로 한 기별이

눅눅해진 채 하루 늦게 전해져 왔다

지하도를 지나면서 습해진 옷자락

고갯마루에서 흥건해져서

기진맥진해 져서 왔다

기별은 여기로와 한참을 미동도 없이

눈을 감고 누웠다

저문 집들 사이로 불이 하나 둘 켜지고

야외용 나무 빈 의자는

그 빗물에 젖어

서로 기대어 몸 받치면서 

팔을 뻗어 그대의 빗물을 훔쳐 준다

하루 늦게 온 기별로

식은 벽에 기댄 바람은

자꾸 눅눅해져 갔다

젖고 습한 바이러스가 잘게 부서져

빗속으로 스며간다

장마가 언제 끝난다는 예보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시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흔적으로 남은 발자국  (0) 2011.06.26
녹이 슨 탈곡기 페달을 밟다  (0) 2011.06.25
하마--먼저 말하지 않기 게임  (0) 2011.06.23
저 다리를 건너가면  (0) 2011.06.22
이문동 버스  (0) 2011.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