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바람

지도에도 없는 길 2009. 3. 14. 21:28

바람

 

서 정 문

 

 

늦봄 꽃 샘 추위오는 날

강을 지나온 마른 바람

겹 문 밖에서 밤새 문을 흔든다

불쑥 찾아온 아들에게

늘 자던 자리 내어주는 어머니

가장 따스한 자리를 내어준 밤

덜그럭 거리는 문 밖 소리에

잠 못이루고

문 사이로 황새 바람 불어오는 밤

새벽까지 한기로 밤을 새운다

가장 따순 자리가 이렇게 바람벽인것을

한 겨울 그 찬 바람 맞으며

긴 밤 홀로 뜬 눈으로 밤을 샜을까

이제 겨울 다 갔는데 문풍지 필요없다

그래도 아직 바람이 차네요

밤 바람이 아직 차갑기만 해요

늦봄에 문풍지를 사다

겹으로 된 튼튼한 문풍지를 바른 저녁

손으로 문풍지를 만져보며 하시는 말

이제는 바람이 하나도

한나도 안들어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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