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에서
여기서는 모두 느리게 간다
그저 머물고 있는지도 모른다
흐르지 못하여
자꾸 깊어간다
강 바닥에 흙이 쌓이는 밤
여린 물틈새로 어둠이 아래로 쌓인다
철새 떼가 간혹
물위에 내려
물위의 햇살과 물아래의 어둠을 헤집는다
날개짓으로
물이 흔들린다
그제야 강은 흘러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방조제까지는 먼 길
가야할 길
하류에서는
오래 기다리는 사람들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