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제주 서귀포이야기

노을 바다

지도에도 없는 길 2020. 10. 6. 10:44

노을 만나러 간 저녁은 온통 구름이었다. 구름 사이로 간혹 빛이 내려와 비추어주었으나, 영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어찌 기대한 만큼 다 이루어지겠나. 위안의 손길은 자주 다가와 등을 쓰다듬었다. 구름이 잠깐 길을 터 주는가 싶더니 빛이 내린다. 빛의 줄기가 선명하게 보인다. 빛의 등뼈도 보인다. 가늘고 곧은 줄기가 섬세하게 일렁이자 구름이 이내 자리를 메운다. 다시 어둠. 노을은 영 생각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사람도 그렇다. 내가 생각한 것처럼 가까이 다가오진 않는다. 허락할 마음을 펼쳐 놓지 못해 서로 마음의 한 귀퉁이를 상처나게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파오는 지도 모른다. 이 가을에 여러가지로 마음 아픈 사람들이 많다. 더는 그런 상처가 덧나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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