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항구는 조용하다. 밤새 바다에서 고기를 잡은 배들은 서둘러 항구로 돌아왔다. 그리 많이 잡힌 고기는 아니라도 경매사들의 호루라기는 연신 소리크게 불려진다. 태풍이 지나가고 이어서 비가 계속된 날씨 때문인지 배들은 아직 많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런 때는 잠시 바다도 쉬게 두는 것이 좋은 것일테지. 이른 부두에 몇 사람들이 배를 돌아보며 말을 건넨다.
놀러온 관광객 몇 명이 좌판에 진열된 고기를 둘러본다. 갈치, 작은 고등어, 한치, 오징어 몇 상자가 좌판에 그리고 붉은 통에 담겨있다. 잘 알아듣지 못하는 제주도 말이지만 '어서 사라'는 말로 들린다.
눅눅한 바람이 불어와 젖은 방파제를 다시 적시고, 작은 돌 위에 잿빛 바다새가 한 마리 앉아 있다. 무슨 새 인지 정확한 이름은 알 수가 없다. 야자수가 바람에 젖은 잎은 말리고 있는 아침. 해가 뜨는 시간이다. 섶섬 위로 해가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