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풍경

연밥--괴산

지도에도 없는 길 2016. 5. 8. 20:54

 

 

연밥

 

 

정인보 표소에서 였다

다들 산수유 꽃 그늘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는데

뒤란 작은 연못에서 물위에 둥둥 뜬 빈 연밥을 보았다

연 씨앗은 떨어져 다시 물 밑으로 가라 앉았는지

입 큰 금붕어 뱃속에서 물을 불리고 있는지 몰라도

둥둥 뜬 가벼운 삼각형이

비워 낸 몸임을 알려주었다

그리 똑똑했다는 세종조의 대학자도

여기 묻혀서 잊혀지지 않으려 고갤 기웃거리는데

저기 사진을 박아대는 사람들 뒤에서

가볍게 둥둥 떠다니며 봄 산수유 꽃을 감상하는

반쪽이 마른 연밥을 쳐다본다

나는 한참을 물흐름과 물결사이를 헤매다가

다시 정신을 차려 돌 아래 그림자를 뒤로 하고 왔는데

되돌아본 작은 연못 위에 아직 연밥

덩그렇게 집을 지고 돌아다니는구나

가도가도 돌아나가도

그 연못 가운데이지만

봄 날, 비우고 떠다니는 그 가벼움

아직 내 가슴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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