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역사의 흔적

호로고루 성터에서 2014.5

지도에도 없는 길 2014. 5. 18. 19:29

 

 

 

 

 

호로고루 성터에서

 

 

돌아갈 길을 묻는 고구려 사람 하나를 거기서 만난다

한탄강 적벽을 타고 내려 가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상투 쓴 사람

고랑포 계곡을 지나 강으로 가는 사이

물이 햇살을 비추어 길을 알려주었다

엉겅퀴들이 보라색 손을 일제히 흔들어

세상은 일순 보라빛 꽃물로 흔들렸다

더는 다가오지 못하는 방벽을 따라

나도 걷는다

클로버 꽃들이 진을 치듯

길을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목을 움추리고 있다

토성을 올라 강을 바라다볼 수 있는 데 까지

멀리 바라보았다

사람하나가 낚시대를 휘두르며 물살을 갈라내고

길위로 다시 길

엉겅퀴 너머 다시 엉겅퀴

은가락지 들 무수히 손목을 적시고

호로고루는 그저 바라보고 있다

귀기울이면 아직도 들리는 말발굽소리

호로고루 성터에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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