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방/짧은 생각들

겨울동안 자전거는 바퀴만 남고

지도에도 없는 길 2013. 3. 25. 17:13

 

 

 

 

 

 

 

자전거는 바퀴만 남기고

 

그 바람속을 온전히 버틴 건

저 자물쇠 때문이었다

헤아릴 수 없이 흔들어 댄 덕분에

드디어는 둥근 바퀴가 되었다

네모난 길을 지나온 뒤 바퀴는 네모가 되었다

바람이 왔다가 돌아가기를 반복하여

길이 되었다

모가난 곳마다 바람이 어루만져 준 후

둥글게 되어 버렸다

더 버틸 힘조차 남지 않은 날

자물쇠를 가슴에 안고 주저 않았다

그 겨울을 지나는동안

가벼워질대로 가벼워진 뼈대는

산산히 흩어져 어디론가 날아가고

이름을 불러주기에는 너무나 멀리

바람은 떠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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