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방/짧은 생각들

단추가게

지도에도 없는 길 2013. 3. 28. 08:30

 

 

 

 

 

 

 

단추가게

 

아주 착해 보이는 가게 앞에섰다

착해 보이는 건 가게 주인이다

젊고 통통한 얼굴의 여사장이

묻는 말에 대꾸를 해주었다

모두 시큰둥하던 사람을 지나 여섯번째 가게였다

처음에는 흐리게 보이던 단추들이

점차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 많은 단추 중에 찾는 단추는 어디에도 없다

비슷한 것을 찾는 것도 어려웠다

크기를 먼저 맞추고

색을 고르기로 했다

작은 것보다는 조금 큰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단추가 작아 구멍이 크면

모든 단추 구멍을 일일이 줄여야 할 것이다

조금 큰 것은 그저 조금 끼게 사용하면 될 것이다

사용하다보면 조금씩 단추구멍이 헐거워져

나중에는 적당한 손놀림에도

잘 맞게 될 것이다

 

단추 한 개가 없어졌는데

맞는 단추가 없어서

여섯개를 샀다

남은 다섯개를 모두 떼어내고

새 단추로 모두 갈아 끼울 작정이다

하나를 잃고나서도

하나를 갈아 끼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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