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방/짧은 생각들

고목--필암서원

지도에도 없는 길 2013. 3. 29. 19:38

 

 

 

 

 

필암서원 고목에게

 

몇 마디 말로 지나온 날을 설명할 수는 없다

가지가 잘리고 난 다음

버린 것들이 옳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욕심부리지 않고 기다리는동안

오랜된 집들이 무너지고

기둥이 불에 탔다

섬돌 아래 꽃다지들이

몇 십번 무리지어 피고 또 지고나서야

다시 기둥이 섰다

지붕이 덮혀지고

그제야 나무도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버렸기 때문에 남을 수 있었던

오랜 나이테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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