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비무장지대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10. 9. 08:59

 

 

 

 

 

비무장지대

 


지금쯤 거기도 비가 내릴까

빗줄기 흔적으로 기대는 나무들

풀잎 새

억센 생명의 줄기

검푸른 잎으로 살아남은

최후의 철조망 근방

기다리는 길목

연초록 겹겹

산자락을 두르고

바위등걸 가까이

숨죽인 부비트랩

바람의 손끝으로

촉수를 확인하는 한 낮

오늘도 거기는 비가 내릴까

무성한 풀뿌리 서로 기대며

가슴열어 기다리는

넉넉한 완충지대

까치밥 따러가는

빈 가슴

따순 심장의 피 한 방울로

숱한 생명을 키운다

밑출진 지도의 허리

마르지 않는 그 여름 강물로 잠기고

눅눅한 참호에 가슴 기대어

아픔 되뇌이는 바람

그대 흘린 피와 썩은 살

하얀 들판 곳곳

지천에 깔린 엎드린 그림자

거기는 기다림의 목소리

빛나는 것은 등뒤에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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