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
지금쯤 거기도 비가 내릴까
빗줄기 흔적으로 기대는 나무들
풀잎 새
억센 생명의 줄기
검푸른 잎으로 살아남은
최후의 철조망 근방
기다리는 길목
연초록 겹겹
산자락을 두르고
바위등걸 가까이
숨죽인 부비트랩
바람의 손끝으로
촉수를 확인하는 한 낮
오늘도 거기는 비가 내릴까
무성한 풀뿌리 서로 기대며
가슴열어 기다리는
넉넉한 완충지대
까치밥 따러가는
빈 가슴
따순 심장의 피 한 방울로
숱한 생명을 키운다
밑출진 지도의 허리
마르지 않는 그 여름 강물로 잠기고
눅눅한 참호에 가슴 기대어
아픔 되뇌이는 바람
그대 흘린 피와 썩은 살
하얀 들판 곳곳
지천에 깔린 엎드린 그림자
거기는 기다림의 목소리
빛나는 것은 등뒤에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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