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유배지
- 강
길은 江보다 앞서 걷다가
자꾸 강이 멀어지자 뒤돌아 본다
산을 감싸 안으면서
길이 직선으로 가는 동안
강은 곡선으로 돌아
돌아서 간다
흘러가면서 소리쳐 부른다
머뭇거리면서 가슴으로 껴안는다
사람들은 江이 머무는 곳에서
강물에서 헤엄을 친다
강변에 집을 짓고
강물이 머무르는 것을 기뻐한다
머무는 강물을 길어 밥을 짓고
강물을 받아 몸을 씻는다
강은 사람들과 하나가 된다
강은 길을 가르쳐 준다
돌아가는 법과
서두르지 않는 법과
모여사는 기쁨을 알려준다
江은 길을 가로질러 흐르지 않는다
江은 꽃밭을 가로질러 가지 않는다
江은 길이 앞서가는 동안
길을 열어준다
품어야 할 것들 품으며
江은 멀리 돌아간다
江이 산을 껴안는다
강한 것에는 강하여
山 허리를 깎아
약한 건너편을 채운다
강한 산허리를 파헤쳐
섬을 만든다
흐르면서 부딪히면서
깨지고 터지면서 약자편에 선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산을 깎는다
여름날의 홍수
江의 분노
江의 손은 갈퀴가 된다
바위를 무너뜨리는 천둥이 된다
껴안아야할 것들 앞에서
江은 부드럽다
느린 흐름으로 감싸안는다
안으로 부족함을 채워준다
낮은 봉우리 아래 모래톱을 만든다
서로 모인다
서로 껴안아 일으켜 세운다
江은 비로소 온전한 강이 된다
동빙고동에서 바로본 저녁노을 ---강물처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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