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분지의 시장골목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8. 11. 15:42

 

 

 

 

 

 

 

분지의 시장 골목

 

 

한번도 오르지 못한 언덕을

하필 그 더운 여름 낮에 올랐다

오르면서 내려오는 사람 몇을 만났다

매일 이 길을 오르내리는지 걸음이 자연스럽다

그러고보면 난 호사스런 걸음이다

단 한번오는 길이라니

숨이 턱에 차오를 쯤

하늘에서 비가 뿌렸다

그렇게 오른 곳에

그렇게 평평한 분지가 있었다니

작은 분지

삼거리 한 모퉁이에 과일 장수 아주머니

곁들여서 고구마 줄기를 다듬고 있다

젖어가는 파라솔 헝겊 아래

빗겨가는 빗방울이 내리친다

서울에도 이런 높은 곳에 집들이 있다니

가파른 비탈 길에 세워진

오래된 차 바퀴에 작은 돌 하나가 고여져 있다

지린 내음 같기도 하고

매캐한 연기 내음 같기도 한

한 낮의 연무같은 것이

분지 골목을 점령하고 있었다

오래고 낡은 가게 들창문을 열고

아이스크림을 산 아이가 문을 나서고

포르르 새 한마리가 되어 골목길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