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지의 시장 골목
한번도 오르지 못한 언덕을
하필 그 더운 여름 낮에 올랐다
오르면서 내려오는 사람 몇을 만났다
매일 이 길을 오르내리는지 걸음이 자연스럽다
그러고보면 난 호사스런 걸음이다
단 한번오는 길이라니
숨이 턱에 차오를 쯤
하늘에서 비가 뿌렸다
그렇게 오른 곳에
그렇게 평평한 분지가 있었다니
작은 분지
삼거리 한 모퉁이에 과일 장수 아주머니
곁들여서 고구마 줄기를 다듬고 있다
젖어가는 파라솔 헝겊 아래
빗겨가는 빗방울이 내리친다
서울에도 이런 높은 곳에 집들이 있다니
가파른 비탈 길에 세워진
오래된 차 바퀴에 작은 돌 하나가 고여져 있다
지린 내음 같기도 하고
매캐한 연기 내음 같기도 한
한 낮의 연무같은 것이
분지 골목을 점령하고 있었다
오래고 낡은 가게 들창문을 열고
아이스크림을 산 아이가 문을 나서고
포르르 새 한마리가 되어 골목길로 들어선다
'시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푸른 바다 한 가운데 연꽃처럼 떠 있는 섬 (0) | 2011.08.13 |
---|---|
날이 저물어도 돌아갈 길은 멀고 (0) | 2011.08.12 |
보광동 골목에 핀 도라지꽃 (0) | 2011.08.10 |
가지 잎을 저자 거리에 내다 버리고 (0) | 2011.08.09 |
바람 (0) | 2011.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