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바람의 갈기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7. 24. 13:24

 

 

 

 

 

 

 

바람의 갈기

 

 

 

저 숲에 오래 기다리고 있는

바람의   갈기는 부드럽습니다

나무들을 천천히 아주 조금씩 쓰다듬으며

나무가 자라는 가지를 깨워 줍니다

이런 여름 햇살은

나무들을 절로 졸음속으로 빠지게 하여

간혹 눅눅해진 잎들을 미리 버리기도 합니다

바람은 가지 끝에서

갈기를 내리고 부드럽게 감기면서

가슴으로 차 오릅니다

갈기를 흔들면 나뭇잎들이 따라 움직입니다

물결처럼 느리게 드러눕는

수평의 입자들

수직이었다가 다시 수평이 되는 사이

바람이 몸을 일으킵니다

차오른 나무의 그림자

그늘에 기댄 바람들이 우우 소리를 내며

길을 따라 떠납니다

 

숲에 머물던 바람의 조각 하나

이제 다시 길을 잡았습니다

바다로 가는 갈기를 조금씩 일으켜

언덕 아래로 내력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