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장미가 시들어 가는 여름 오후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7. 23. 18:30

 

 

 

 

 

 

 

 

장미가 시들어 가는 여름 오후

 

 

 

쓸모가 없다고 철거가 된 건물 자리

장의자 하나가 다시 놓였다

건물 앞 작은 화단

늦 여름 장미가 꽃잎을 떨군 채

꽃 받침만 두텁게 매달려 있고

시간은 흘러가면서

자꾸 무언가 변화시키고 있지

꽃을 피우기도 하고

꽃을 거두기도 하는거야

장미 가시가 무뎌진지는 오래되었어

시간과 함께 멈춘 바람은

수북한 잡풀 사이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다

오늘은 너무 더워

바람 하나 없는 그늘 아래

턱턱 막히는 숨을 끌어 올리는 중

기다림이란 왠지

참 슬픈 덩어리 같아

저리 숨 막히는 장미 꽃 아래 풀들같지

뿌리 근처부터 짓물러가는 대궁들이

자꾸 연약해져 가는 중이야

햇살은 휴가 중

다들 떠나는 차편의 지붕에 올라

어디 바닷가로 가는 중이겠지

 

바람이 없다는 건

참 심심한 날이야

장미꽃 저리 송두리째 떨어지고 나면

남는 것이라곤 아릿한

흔적같은 희미한 향내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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