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삼봉에 황톳물이 흘러가고
새벽빛이 내리는 도담삼봉은 온통 푸르스름한 빛으로 가득합니다
빛이 산너머에 머무는 동안 강은 밤의 흔적을 털어 강아래로 밀어내립니다
바위가 절벽처럼 세워진 산 자락을 지나
제법 여유있게 아침을 맞이합니다
삼봉에 닿을때, 강은 가끔 바위곁을 휘돌고 되돌아가면서
바위를 부드럽게 쓰다듬기도 합니다
그때 강물은 그럤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이 그랬습니다
맑은 강물은 그런 여유를 전해주며 여유롭게 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강은 달랐습니다
치열하게 살라 합니다
소용돌이치며 부딪히라 합니다
바위를 밀어내라 합니다
삼봉은 위태롭게 깨금발을 하면서 서로 어깨를 붙잡아 봅니다
밤새 흘려보낸 황톳물이지만
아직 흘러올 강물은 점점 더 무거운 무게로 밀려 내립니다
사공이 버티어주던 노도 어디론가 떠나고 없습니다
텅빈 허공으로 손짓을 해 봅니다
강은 좀체 그만둘것 같지 않는 몸짓을 합니다
얼마간 희생을 하리라 각오하고 내어준 가장자리도
황톳물에 덮혀 깊이를 알지 못하는 슬픔으로 젖어듭니다
요즘음의 강은 그렇습니다
그러나 절망할 수는 없습니다
저 소용돌이가 지나면 다시 아늑한 물소리 들리겠지요
언제까지나 저 강물이 머물지는 않겠지요
아물지 못하는 상처는 없듯이
저 강도 이내 덧난 상처를 치유하겠지요
삼봉의 가장자리에도 깊은 강의 쏘가리도 찾아들고
작은 여울로 피해있던 피래미들도
삼봉의 바위그늘로 모여들겠지요
산다는 건
가끔 저렇게 황톳물이 내리고
강바닥이 뒤집히기도 하여
강바닥에 쌓인 티끌을 강위로 끌어 올려야 할 때가 있겠지요
강이 깨끗해지는 건
어쩌면 저 소용돌이 치고 맴돌며 휩쓸어 가는
황톳물 때문인지도 모르니까요
자꾸 산성화되어가는 강바닥을 황토는
제 몸을 깎아 가면서 깨끗하게 쓸어가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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