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처럼
그 때도 두물머리엔 연꽃이 피어 있었지
드라마 '자이언트'를 촬영하던 배우 하나가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 걸터 앉아
동료의 연기를 지켜보는 동안
어느 시인이 걸어둔 빛 바랜 시화를 읽고 있었지
문득 여배우의 긴 머리칼이
노을 진 강물의 배경처럼 휘늘어지면서
드라마는 잠시 중단되고
모두 연꽃 핀 뜨락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강변의 연꽃 뜨락의 연꽃
향기는 '천사의 나팔'까지 번져갔지
무어라 소리치고 있는지
간지럽다고 하는 것인지
그 길고 노란 꽃이 흔들리고
구경꾼들 여럿
마른 나무 줄기 옆에서
배우들이 못다 찍은 강을 촬영하였지
두물머리 느티나무를 사이에 두고
강을 등 뒤에 두고
강의 반대편을 촬영하였지
연꽃 송이를 오래 바라보았지
저녁 강물따라
해질무렵 노을처럼 다시 피는 연꽃
지금은 연꽃이 피는 시절
두물머리엔 다시 연꽃이 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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