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연꽃처럼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7. 28. 07:44

 

 

 

 

 

 

 

 

 

 

 

 

 

 

 

 

 

 

 

 

 

 

 

 

 

연꽃처럼

 

 

 

그 때도 두물머리엔 연꽃이 피어 있었지

드라마 '자이언트'를 촬영하던 배우 하나가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 걸터 앉아

동료의 연기를 지켜보는 동안

어느 시인이 걸어둔 빛 바랜 시화를 읽고 있었지

문득 여배우의 긴 머리칼이

노을 진 강물의 배경처럼 휘늘어지면서

드라마는 잠시 중단되고

모두 연꽃 핀 뜨락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강변의 연꽃 뜨락의 연꽃

향기는 '천사의 나팔'까지 번져갔지

무어라 소리치고 있는지

간지럽다고 하는 것인지

그 길고 노란 꽃이 흔들리고

구경꾼들 여럿

마른 나무 줄기 옆에서

배우들이 못다 찍은 강을 촬영하였지

두물머리 느티나무를 사이에 두고

강을  등 뒤에 두고

강의 반대편을 촬영하였지

연꽃 송이를 오래 바라보았지

저녁 강물따라

해질무렵  노을처럼 다시 피는 연꽃

 

지금은 연꽃이 피는 시절

두물머리엔 다시 연꽃이 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