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방/짧은 생각들

가을의 길목에서-생강수확

지도에도 없는 길 2008. 10. 23. 22:49

 

며칠간 시골에 가서 생강 수확을 하고 왔습니다.생강밭에 온통 새콤하고 알싸한 생강 내음이 가득하였습니다.그러나 생각보다 생강을 캐는 일은 힘이들고 어렵습니다.쇠스랑처럼 생긴 도구를 생강 주변에 깊게 찔러서 뿌리가 다치지 않게 캐어야 합니다. 그리고 생강을 손질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일일이 손으로 흙을 털고 다듬고 등급별로 골라내어야 합니다.금년에 자라서 캔 것 중에서 좋은 상품은 '원강'이고,중,하품(잘려지고 작은 것들)인 것은 '재강'이고,작년에 수확해서 금년봄에 종자로 쓴 것은 '구강' 입니다.가격은 원강이 가장 비싸며,다음은 구강입니다.구강은 아마 한약재로 사용된다고 하며,종자이지만 썩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생강중에서 잎이 작고 원강이 별로 없는 것은 영낙없이 구강이 아주 싱싱하게 살아 있습니다.그러나 원강이 아주 좋은 것은 구강중 일부가 삭아지고 조금만 남아 있습니다.생강도 제 몸을 새로운 줄기에게 제공하고 남은 것은 보다 많은 것을 키우지만 그렇지 않는 것은 종자 그대로 남아서 별로 쓸만한 상품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 않던 일은 역시 힘이 더 들었습니다.육체적인 노동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이드는 일이었습니다.첫 날 일은 마치고 일어난 둘째날 아침은 아예 일어나기도 힘이 들었습니다.농사일이 이토록 힘이 든다는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힘이 드는 일이었습니다.어린시절 농사일을 해 본 기억이 있지만 오래전 일이고 이제는 그저 사무실에서만 근무하다가 한 일이라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그러나 지금의 시골 농촌은 대부분 나이가 드신 여자분들이 많아서 남자들을 일꾼으로 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할머니 정도의 사람들만 있어서 그래도 힘을 써야할 남자의 일 몫은 참으로 힘이 들었습니다.나이든 여자가 하지 못하는 일이 그래도 많이 있습니다.할아버지들은 대부분 살아있지 않고 할머니들만  여럿 살고 계시는 고향마을.그래도 일당은 여자분들에게 하루 4만원에 점심과 새참을 제공해야 합니다.남자는 6만원인데 그래도 사람이 없어서 하기가 힘이 듭니다.

 하루 한 여자 일꾼이 숙달되면 4마대 정도 손질합니다.그리고 작년에는 20키로 한 마대에 일만원정도 했습니다.그러니까 인건비가 나오지 않는 것이지요.그리고 종자 심을때 품삯,비료,농약 등을 고려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남지 않는 장사입니다.생산된 생강은 공판장에서 경매를 했습니다. 가격이 잘 나오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때도 있지요.금년에는 4만원을 약간 넘으니 그래도 남는 장사입니다.그러나 이것 저것을 제하면 그리 남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농민들은 농사를 짓습니다.배운 일이 그것이고 연세가 드신 분들은 어려운 젊은 시절을 생각해서인지 남의 농사라도 좀 여유있게 지으면 남든 그렇지 않든 마음 든든한가 봅니다.밭에서 김을 매면서 그을리고 얼굴에 주름이 더 많아져도 그것이 사는 재미인가 봅니다.고향에 홀로 계신 어머니에게 이제는 농사를 그만하라고 해도 역시 하고 싶어 하십니다.그것이 마음을 든든하게 하는 약인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는게 별로 없지만 그 공간을 농사를 짓고 수확이 생긴다는 마음으로 채우는가 봅니다.

우리 어머니도 그저 집에서 작은 텃밭이나 하고 여유있게 마실도 다니고 노인정에 앉아 육체적으로도 여유있는 날이 되었음 하지만 어머니의 만족은 그게 아닌가 봅니다.그래도 움직일 수 있고 일 할 수 있을때 조금이라도 농사를 짓고 싶어 하십니다.

'산문방 > 짧은 생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성이 다른 유성을 맞히고  (0) 2008.11.19
가을의 빛  (0) 2008.10.30
전화통화  (0) 2008.10.12
청계천에서  (0) 2008.10.11
온갖 것,많은 것들  (0) 2008.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