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늦지도 않은 시각에 받은 전화는 삽십분 정도나 했다.아마 이렇게 길게 통화를 한 적이 별로 없을 것이다.
동생이 지난 여름에 갑자기 사망한 관계로 마음이 아픈탓인지 몇 년은 더 늙어보이고 기가 죽어 보였다.
평생을 아버지의 그늘에서 숨죽이며 살아온 관계로 기가 약한 편인데.....
생전의 아버지는 빈틈이 없었다.늘 옳고 성격이 대쪽 같았다.아버지는 젊어서 목수 일을 하셨다.그래서 인지 매사에 철저하셨고,또한 정확하였다.아버지가 자로 나무를 재고 자르는 모습을 봐온 나로서는 그 빈틈 없음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그러나 그 성격으로 인해 어머니는 늘 아버지의 그늘에 살았다.말 한번 크게 못하고,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살아야 했다.
그런 아버지가 2년전에 돌아가시고 이제 어머니만 남으셨다.
고향에가면 그 연배의 할머니들이 많다 .대부분이 혼자 사시고 있다.고향을 떠나 서울이나 도회로 나갔다가 오래 있지 못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혼자 살고 계시는 분들이 여럿이다.서로 이웃하고 무시로 들여다보고 하여 같이 어울려 생을 살아가고 있다.
어머니가 할 말이 많은가 보다.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셨다.가끔은 잊어버렸다고 하는 말들도 있지만 대체로 뚜렷한 기억력이 아직은 예전과 다름없는 것 같다.
혼자 시골에서 생활하면서 어떤 때는 초저녁에 잠 한숨을 자고 잠이 안와 삼을 삼기도 한다고 했다.
눈이 어두워 다 완성하지는 못하고 삼기만 하여서 다른 사람에게 전해 주신단다.
지난번에 집을 정리하다가 삼베 관련 도구 들을 여러 개 보았다.
한이 많으면 새벽에도 잠이 없어지는지 늘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삼을 삼고 계신다.
어둠이 짙은 새벽,그 어둠속에서 세월을 삼고 계신다.
이 가을에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는지 오래 전화를 하셨다.밤이 이미 이슥하게 깊었다.
찬 바람이 밖에는 가ㅡ득하다.가을 밤은 서늘한 바람으로 옷깃을 여미게 한다.
걱정없이 살아가는 내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는 마음 편하게 그저 여유롭게 내일을 바라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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