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수 너머로 보이는 한라산은 천상 할머니가 누운 모습이다. 다양한 한라산의 모습이지만, 유독 서귀포 여기에서 보는 모습이다. 자세히 보면 보인다. 저 할머니의 코, 그리 오뚝하지 못하다. 턱도 밋밋하게 약간 쳐졌다. 머리를 풀어헤친 모습. 안개가 옅게 끼인 날은 희끗한 것이 더 할머니의 머리 같다. 그래도 도톰한 턱과 입술. 그 자리에 자란 나무가 음영을 더해주어 입술이 도드라진다. 발은 서편으로 뻗고, 머리 자락은 성산일출봉 편으로 풀어헤쳤다. 푸르스름한 산안갯 속에 평온하게 누운 저 할머니의 은덕으로 제주 사람들은 산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라산이 온통 하나의 덩어리. 제주 사람들은 그 산자락에 머물며 살고, 그 할머니의 한없이 주는 사랑을 먹고 산다. 해 뜨는 곳으로 머리를 두고, 해지는 쪽으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