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그림자 배가 흔들리는지 아닌지는 그림자를 보면 안다 뱃전에 기댄 바람이 슬슬 몸을 풀기 시작하면 배는 안달이 난다 며칠 항구에서 꼼짝없이 쉬었기 때문에 몸에 벌써 좀이 쑤시기 시작하여 어딘가 먼 바다로 가고 싶어 어깨가 결린다 잠시만 기다려 데려다 줄게 바람이 뱃전에 대고 속삭인다.. 제주여행/제주 서귀포이야기 2020.01.28
리본 검은 리본을 매달다 아무 일도 아닌 날 검은 리본을 문 밖에 단다 빛이 아린 아침 나절 그림자를 더 진하게 느끼고 싶어 검은 리본을 내단다 검은 리본 너머 검은 그림자가 더 깊어진다 딱딱한 벽이 잠시 느긋해져서 묽어진다 검은 그림자 자리로 햇살 하나가 숨는다 흔들리는 그림자 흔.. 사진방/풍경 2015.12.13
연못에 내린 눈 연못의 내린 눈 물은 자신의 깊이를 보여주기 위해 보이는 것을 더 투명하게 그려줍니다 고요한 물에 어리는 그림자는 물의 소리입니다 물이 흔들리는 것은 아직 마음이 닿지 않는 이유입니다 물은 자꾸 스스로의 맑은 모습으로 남으려 하지만 바람은 흔들리면서 살아가는 것이라 합니.. 산문방/짧은 생각들 2013.01.05
대구를 지나면서 --저녁 노을을 만나다 대구를 지나면서 저녁노을을 만났다 저물어가는 시간, 노을은 도시의 풍경을 뒤로하고 밤으로 가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여름 저녁은 휴텁지근한 열기를 하늘로 뿜어 올려 온 하늘을 바알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아파트를 짓는 대형 크레인의 그림자 자꾸 길어지면서 저녁이면 스스로를 바닥.. 사진방/풍경 2011.08.10
그림자 늦은 오후 잘 닦여진 길을 건너 돌아갈 길로 들어선다 하루의 무게는 저 다리를 건너면서 조금 가벼워 지리라 집 가까운 골목 쯤에서는 더 많은 것을 풀어 놓고 갈 수 있겠지 하오의 그림자가 깊다 키보다 몇 배 길어진 그림자 돌아갈 채비를 해야할 시간 그림자는 길어지다가 어느 순간 어둠과함께 강.. 시 방 2011.06.11
연못의 풍경 물에게 말을 건네기 위해 물의 등을 껴안았다 물이 가만히 바람을 받아 주었다 그리고 물은 오래 기다리면서 물 가운데 생명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물 가운데 수련이 돋아나고 물 가운데 꽃이 피고 물과 나눈 이야기들이 수련 한 포기가 되고 꽃 한송이가 되고 물은 이제 나무 그림자도 가슴에 안.. 사진방 2009.06.27
호로 호로고루성에서 호로 호로고루성에서 서 정 문 (1) 비가 내리는 날이면 무너진 성벽 금간 자리에 엉겅퀴가 뿌릴 내린다 뿌리 내려간 자리 고구려 병사의 떠나지 못한 넋 남아 그 핏빛 바래어 엉겅퀴 토해내는 꽃잎이 푸르딩딩 보라빛이다 살아서 못지킨 자리 죽어서 지키려 토해낸 까시 팔뚝에 새긴 문신처럼 깊이 와 .. 시 방 2009.06.05
직천저수지의 봄--비오는 날 봄비가 내린다 맹골마을을 지나 고개를 넘어 가면 직천저수지가 있다. 비가 오는 저수지에 여럿 강태공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봄이 깊어가는 저수지의 주변 산에는 잎들이 연녹색을 띠면서 점점 녹음이 짙어가기 시작한다. 산이 점점 깊어지고 물위에 산의 그림자가 깊어진다 늦은 꽃들이 져가고 있.. 카테고리 없음 2009.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