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처럼
길 가운데 살얼음이 언다
색이 조금씩 바래어가는 산수유 열매들이
얼음판 속에서 얼음처럼 단단해지려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머리는 허옇게 얼고
노승의 장삼 자락처럼
빛 바래어가는 겨울 오후
눈을 감는다 빛을 모은다 초점을 잡는다
렌즈 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광각의 범위
산수유도 그 잿빛을 끌어 올려
망막으로 온기를 전한다
저 빛들 온전히 쌓이면
노란 꽃물 자우룩하게 다시 번져 올 것이다
봄 오는 소리가 빛으로 자운거린다
얼음 아래로 물방울 녹는 소리가 사그락거린다
시인 서정문
경북 안동 출생. 1990년 우리문학 등단. 시집 푸른날개 외 1권. 펜문학 이사.
출처 : 중부일보(http://www.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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