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방/짧은 생각들

자전거가 눕는다

지도에도 없는 길 2016. 1. 2. 18:57

 

 

 자전거가 눕는다

 

몸하나 지탱하고 달려온 바퀴가 눕는다

어린 날 아버지의 자전거는 바퀴가 굵고

받침대가 튼튼했다

짐을 싣고도 받침대를 세우면

바퀴는 절로 몸을 돌리면서 제자리 걸음으로 맞섰다

쌀포대도 올라가고

내가 타고 앉아도

끄떡이 없었다

굴러가지 않을때는 더 굳세게 버티고 섰다

오늘은 바닥에 눕는다

받침대가 없어 바닥에 엎드린다

홀로 서 있지 못하여

지탱할 무엇 하나 없어

설 수 없는 바퀴

자전도 없이 바퀴는 멈춘다

지탱할 버팀목이 없어져서

더는 돌아가지 못한다

어깨가 사라진 그대에게

받침대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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