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화해 / 김복연
나는 바다를 숭배하진 않지만
위에 계신 그 분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것과
그 오랜 세월 묵묵부답이 매번 응답인 것도
흡사하다
뒷골목 같은 내 사랑은
시도 때도 없이 파랑치는데
사랑 따윈 철 지난 이데올르기쯤으로 취급하는 것도
틈이라곤 없어 보이는 것도 닮았다
그러고 보니 내 불평과 서운함이 오래된 만큼
저 바다도 참 많이 늙었다
기름 냄새 흉흉한 송도 부두 지날 때
듬성듬성한 외진 솔밭 길 지날 때
조금은 눈치챘지만
막상 가까이서 보니
허둥허둥 벌써 또 멀다 아득하다
전에는 늘 내가 먼저 등 돌렸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저 노구의 등을 본다
-『대구의 詩』(2009 연간작품집)
출처 : 그 아픔의 뜨락
글쓴이 : 내바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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