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스크랩] 어떤 화해 / 김복연

지도에도 없는 길 2015. 7. 1. 14:20

 

 

 

 

 

 

 

 

 

 

 

 

 

 

 

 

 

 

 

 

 

 

 

 

 

어떤 화해 / 김복연

 

나는 바다를 숭배하진 않지만

위에 계신 그 분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것과

그 오랜 세월 묵묵부답이 매번 응답인 것도

흡사하다

 

뒷골목 같은 내 사랑은

시도 때도 없이  파랑치는데

사랑 따윈 철 지난 이데올르기쯤으로 취급하는 것도

틈이라곤 없어 보이는 것도 닮았다

 

그러고 보니 내 불평과 서운함이 오래된 만큼

저 바다도 참 많이 늙었다

 

기름 냄새 흉흉한 송도 부두 지날 때

듬성듬성한 외진 솔밭 길 지날 때

 

조금은 눈치챘지만

막상 가까이서 보니

허둥허둥 벌써 또 멀다 아득하다

 

전에는 늘 내가 먼저 등 돌렸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저 노구의 등을 본다

 

 

-『대구의 詩』(2009 연간작품집)

 

 


출처 : 그 아픔의 뜨락
글쓴이 : 내바다 원글보기
메모 :

'시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느티나무와 저수지  (0) 2016.05.16
오리 가족  (0) 2015.07.09
모내기 논  (0) 2015.06.09
얼음길  (0) 2015.01.27
신주원 시인의 시  (0) 2014.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