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가족
천보터널을 지날 때 잠시 사방이 어두워진다
내리막길이라 더 천천히 달리는데
탑동마을 앞 길에서 눈을 비볐다
종종 거리며 무단횡단하는 오리가족이다
어미는 앞에서 뒤뚱거리고
그 뒤를 새끼오리 열마리 쯤
어미 발자국을 따라 줄을 서서 건넌다
브레이크를 잡고 뒷 차들이 서도록 비상신호를 켰다.
눈 두렁으로 올라가는 일가족
작고 앙징스런 발자국이 지나간 자리를
천천히 다시 지나왔다
어미가 지나간 곳을 따라
나도 저렇게 인생을 무단횡단 해 왔을까
수 많은 보호 아래 얼마나 위험한 순간을 지나 왔을까
그 무단횡단을 기다려 준 사람들
너그러이 지켜 봐 준 분들
그 시선속에서 오늘까지 무사히 살아온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