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표 청국장
바로 옆 밭에서 콩을 심어
아들이 수확을 해오면
어머니가 맛있는 두부와 구수한 청국장을 만들던
그 할머니표 청국장집이 문을 닫는다
시냇물소리에 콩잎이 자라고
소나무 바람따라 간수를 풀면
송글송글 두부가 엉겨지던
그 손두부집은 이제 문을 닫는다
한 낮 남향집 창가에 앉아
다시한번 정겨운 점심을 그려본다
김이 오르고
청국장 냄새가 살짝 옷에 배여도 좋은 점심 나절
그 청국장 다시 먹어볼 날 언제일까
손 맛으로 무쳐낸 반찬들
듬뿍 양념을 친 상차림
묻어난 정이 깊어
절로 젖가락이 가게 되고
추가요 하면 가득한 고추 절임들
그게 화근이었나
추가요 없기로 하고
조금 값을 올려도 좋은
할머니표 청국장은
이제 할머니 손 안으로 사라지고
고드름 천천히 창문 앞을 가리는 오후
마실간 할머니가 뒤란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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