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손두부마을 이야기

지도에도 없는 길 2013. 12. 17. 10:15

 

 

 

 

 

할머니표 청국장

 

바로 옆 밭에서 콩을 심어

아들이 수확을 해오면

어머니가 맛있는 두부와 구수한 청국장을 만들던

그 할머니표 청국장집이 문을 닫는다

시냇물소리에 콩잎이 자라고

소나무 바람따라 간수를 풀면

송글송글 두부가 엉겨지던

그 손두부집은 이제 문을 닫는다

한 낮 남향집 창가에 앉아

다시한번 정겨운 점심을 그려본다

김이 오르고

청국장 냄새가 살짝 옷에 배여도 좋은 점심 나절

그 청국장 다시 먹어볼 날 언제일까

손 맛으로 무쳐낸 반찬들

듬뿍 양념을 친 상차림

묻어난 정이 깊어

절로 젖가락이 가게 되고

추가요 하면 가득한 고추 절임들

그게 화근이었나

추가요 없기로 하고

조금 값을 올려도 좋은

할머니표 청국장은

이제 할머니 손 안으로 사라지고

고드름 천천히 창문 앞을 가리는 오후

마실간 할머니가 뒤란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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