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눈길

지도에도 없는 길 2014. 2. 9. 19:59

 

 

 

 

눈길

 

눈이 내리고 난 다음

눈위를 사람들이 걸어갑니다

드디어 길이 만들어집니다

 

저 길은 발자국으로 만들어진 길입니다

디디고 딛은 자국들

겹치고 덧칠한 자국으로 길이 만들어집니다

 

본래 있었던 것을 다시 찾는 것도

저렇듯

무수한 발자국을 찍어야 보입니다

볼 수 있을 때까지

닦고 또 닦고

반복하기를

천 번이고 만 번이고

그 자리를 파헤쳐야 허락을 하는 길입니다

 

한번 되짚어진 길을

바로 세우는 일은

없던 길을 세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

가지 않아야 할 길은

애써 남겨두어야 할

투명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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