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텃밭
곽문연
무씨를 뿌려놓은 텃밭에
무순이 뺵뺵하게 솟아나오면
어머니는 새순을 솎아 밭고랑으로 던지셨다
못된 놈이 뽑혀나가는 거여
빈자리가 많아야 무가 실한 법이여
나는 지금껏,
이랑과 이랑을 무사히 건너왔다
어머니는 밭고랑에 엎드려
철없는 나를 튼실하게 키우셨다
솎아낸 무는
살아남은 놈의 밑거름인 거여
사철 푸른 어머니의 텃밭
단단한 무가
쑥쑥, 회초리처럼 자라났다
---시집 단단한 침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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