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밥--안동화련에서
고운사 가는 길에 잠시 숨을 돌려 가려하면
이 작은 마을을 들러볼 일이다
정갈하게 연밥을 차려
맛깔스러이 손님을 맞이하는 곳
나무 기러기 창틀에 앉아
고운사 가는 길을 일러준다
차진 연밥속에 묻어나는
아릿한 추억같은 것들이
소소하게 밥알처럼 살아 일어나는
그런 순간들
정성이라고 했다
그런 눈빛으로 음식을 만들었나보다
향이 좋은 연차 한 잔으로
나그네의 피로를 풀어주고
맑은 바람으로
지난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을 이어주는 자리
그 작고 아담한 식당에서
따스한 정과 시골의 멋을 보았다
나오는 길에 주인이 잘 익은 포도 반 송이를 주었다
단내가 폴폴 나는
한 송이가 아닌 반 송이
나머지는 내가 채울 자리를 비워 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