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방/짧은 생각들

트랙터와 학

지도에도 없는 길 2012. 5. 10. 16:07

 

 

 

 

 

트랙터와 학

 

내가 학을 찍으려하자 학은 날아갑니다

한 바퀴 논을 휘이 돌더니 다시 트랙터 옆으로 날아 앉습니다

학은 트랙터의 소리를 무서워하지 않고

거기 앉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학은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에서 미꾸라지를 잡는지 부리를 열심히 쪼고 있습니다

트랙터가 지나간 곳에 무언가 먹을 것이 생기나 봅니다

 

어쩌면 조화롭지 못한 것같은

기계와 학의 만남

학이 멀리 가지 못하는 것은 먹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학이 두려워하는 것은 오히려 그런것을 찍으려 다가오는 사람이겠지요

논을 가는 트랙터의 붉은 모습이 참 한가로워 보였습니다

 

 

 

 

 

'산문방 > 짧은 생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나물꽃  (0) 2012.05.22
매실  (0) 2012.05.18
송화가루 날리는 날 사무실을 정리하다  (0) 2012.04.30
봄, 저녁무렵  (0) 2012.04.29
비온 뒤 이른 아침  (0) 2012.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