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과 꽃--국립중앙박물관 야외 전시장
이른 봄 날 아침 탑 주변은 봄 꽃들로 가득하다
햇살이 천천히 탑 위에서 비스듬하게 탑의 전신을 비추면
탑 그림자는 꽃 그늘로 슬몃 누워본다
얼마나 오래 서서 그 긴 세월을 굽어보았을까
얼마나 많은 세상의 아픈 소리를 들어왔을까
그러나 탑은 말이 없다
거기 와서
침묵의 탑
그 가슴으로 견딘 시간의 소리를 들어보라 하는가
그 봄이 오면 탑 주변에 꽃 향기가 내리고
탑은
꽃 그늘에 기대어 좋았던 기억들을 생각해낸다
적어도 탑은 그랬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원한 일들
이루어져서 고마워하는 그 소리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숱한 사람들이 기원한
숱한 사람들이 토해낸
아픔의 소리를 더 많이 들었을 것이다
이루어지지 못한 그 소원을 차고차곡 탑의 가슴에 묻었을 것이다
탑은 침묵이다
그 기원의 소리가 쌓인 것이 바로 탑이다
그 시간동안
시대를 달리하면서도 사람들은 탑 주변에 와서 무언가를 기원한다
침묵인 탑이 더 편안하여
침묵에 대고 중얼거린다
침묵을 향하여 내일을 기원한다
봄꽃들이 탑 주변에 화사하게 피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