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동종의 표면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11. 29. 09:39

 

 

 

 

 

 

동종의 표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동종은 소리로 알려준다

일 년에 몇 번

제 몸을 때려 소리를 가늠해본다

아직은 그 소리 그대로

종 안벽을 훑고 지나가는 음파들을

잘게 부수어 소리로 전해주면서

온 몸을 전율하며

살아있음을 일깨워 준다

겉면 어느 곳에서부터 자잘하게 녹슬어가는

그리하여 그 소리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둔탁해지기 시작하여

나무와 부딪히는 그  등짝에 상처가 나고

덧난 상처위에 다시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비가 앉아

소리를 내는 성대에 상처가 나고

동종의 표면은 바람에 지쳐가고

 

아직 살아있음을 알리는 것은

스스로 제 몸 때리는 일임을 아는데

몸을 때릴 나무는 어디로 가고 없는가

마른 회초리 등작을 때릴

그 줄에 매달린 나무는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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